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화장실을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거리에서는 물론이고, 지하철역, 카페, 레스토랑, 백화점 등에서도 화장실을 찾기 힘들고, 찾더라도 유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러 간 카페에서도, 밥을 먹으러 간 레스토랑에서도, 쇼핑하러 들어간 백화점에서도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조차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은 여행자들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현지인들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폐쇄된 화장실이 여전히 재개장하지 않으면서 화장실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독일 방송국 MDR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심에서 화장실 부족이 심각하다고 답한 사람들이 무려 80%에 달합니다.
특히 생리 현상을 참기 어려운 노인, 여성, 어린이들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됩니다. 게다가 화장지조차 유료로 제공되는 곳이 많아 추가 비용 부담도 큽니다.
유럽 화장실의 역사와 유료화의 배경
유럽의 화장실 문제는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문제입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유럽의 도시들은 공중 화장실은 물론 가정집에도 화장실이 드물어 거리에서 용변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도로는 오물로 뒤덮였고, 2층 창문에서 요강을 비우는 일도 빈번해 우산과 망토가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유럽은 수세식 화장실의 역사가 매우 오래된 곳입니다.
기원전 2000년경 그리스 크레타 문명에서는 이미 수세식 화장실이 존재했고, 로마 제국은 더욱 발전된 화장실 문화를 자랑했습니다.
로마 시내에는 400여 개의 공중 화장실이 있었고, 각 가정에도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의 금욕주의와 더불어 화장실 문화가 급격히 쇠퇴하였습니다.
16세기 종교 개혁 이후 유럽인들은 몸에 물이 닿는 것을 꺼리게 되었고, 이는 화장실의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도 화장실이 없었던 이유입니다.
화장실 유료화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중 화장실 사용료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격언이 생겼고, 영어 단어 ‘토일렛(toilet)’도 유래되었습니다.
현대 유럽의 화장실 문제와 사회적 요인
현대 유럽의 화장실 부족 문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은 대부분 200년 이상 된 건물들이 많고, 골목은 좁고 복잡합니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도시 계획법과 건축 관련법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새로운 화장실을 설치하기 어렵거나 공사 비용이 매우 많이 듭니다. 게다가 물의 석회 성분이 파이프를 막기 때문에 배관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유럽인들은 화장실을 공공시설물로 생각하지 않고 이용한 사람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요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화장실을 관리하는 여성을 ‘마담 삐삐’라고 부르며, 이러한 관리가 오히려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화장실이 하나의 비즈니스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특히 스페인 대도시에서는 민간 업체가 화장실을 운영 관리하며, 이로 인해 요금이 비싸지만 깨끗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중 화장실이 마약 거래 장소나 성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화장실 부족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유럽의 화장실 부족 문제는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인해 발생합니다.
여행자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현지인들은 매일 겪는 고통입니다. 세금이 많이 걷히는 유럽 국가들이 왜 이러한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결국, 이는 대국민 서비스에 대한 의지의 문제이자, 유럽의 서비스 부족 문제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유럽의 화장실 부족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해결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